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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치는 것 같긴 하지만

익명_60293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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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해야겠음.

 

저장소에 무규칙 격투기를 동경하는 친구가 있는 모양인데 택견 5년차인 입장에서 보면 너무 허황된 꿈이고, 실제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듬.

 

무규칙 격투기는 수련자의 안전을 조금도 보장하지 못함. 안전하다는 택견 경기 룰 가지고 스파링을 하다가도 재수없으면 염좌에 걸리거나 아랫발질에 채여서 다리에 멍 드는 건 일상인데 안전장비따윈 없는 무규칙 격투기는 어떨 것 같음? 당연히 그만큼 다치는 부위도 많을 거고 상해의 수준도 매우 높을 거임.

 

그리고 레퍼토리처럼 나오는 눈찌르기, 사커킥, 스탬핑 등등의 말들. 그거 실제로 경기에서 적용된다고 하면 사고가 안 터지리라는 보장이 있음? 맨손타격을 하고 박치기가 허용되어 타격 종목에서는 가장 실전과 비슷하다는 레훼만 해도 선수생활 오래 한 사람들은 이빨 몇 개 나가거나 코뼈가 부러지는 부상 경험 정도는 애교인 사람이 꽤 많음. 그런데 그 레훼에서조차 눈찌르기와 사커킥, 스탬핑은 금지임. 

 

굳이 택견뿐만이 아니라 모든 격투기 종목을 통틀어서 무규칙 격투기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그닥 좋은 소리를 못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

 

경력이 쌓이게 될 수록, 링 위에 올라가 본 횟수가 많을수록 규칙으로 보호받고 있는 경기에서조차 운 좋게 부상 위기를 피하거나 실제로 부상을 당해보면서 사람과 사람이 전력으로 맞부딪치는 게 가져오는 위력과 그 후폭풍을 경험하게 되니까 절로 겸손해지는 거임. 괜히 조상들이, 선배 무술인들이 룰을 만든 게 아니구나. 싸우더라도 이 선을 넘지 말자는 신사 협정이 괜히 생기는 게 아니구나 하는 실감을 하게 된다는 소리임.

 

그래서 난 저장소에서 지적하는 부분들은 분명 되짚어 볼 필요가 있는 것들이 많고(예를 들어 무릎을 꿇을 수 있을까 없을까, 혹은 택견 경기에서 최소한 장타가 허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들) 고민도 해볼만한 내용들도 많다고 생각하지만 택견을 무규칙 격투기화 시키자는 뉘앙스의 글들만큼은 솔직히 말해서 굉장히 껄끄러움. 

 

뭔가 '어차피 나는 할 생각이 없지만 너희들이 그렇게 싸우는 건 보고 싶어.' 같은 시청도 특유의 마인드가 너무 찐하게 우려난다고 해야 할까. 대략 그런 느낌.

 

그러고 보면 일전에 어떤 친구가 택견이 본래 지닌 기술을 최대한 살릴 수 있으면서도 현대 스포츠에 부합하는 맥시멈이 쿠도와 비슷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글을 저장소에 올린 적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나도 그 정도가 한계라는 데에 동의하고, 좀 다른 형태라 해봤자 옛날에 종종 언급되었던 슛복싱 정도가 한계이며 그 이상을 넘어가면 뇌절이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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