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문화재 지정 회의에서 까기 영향론으로
김명근 선생님과 갈등이 터진 건, 결국 결련택견협회가 보여온 지금까지의 행보가 불러온 나비효과임.
정치 드립이라면 드립일 수 있겠는데 이 짤만큼 현재 결련택견협회의 입장에 적절한 게 없어서 안 가져 올 수가 없음.
정말로 위 짤의 주인공니뮤인 킹무성 각하께서 하신 말씀마따나 방법이 없는 게, 결련택견협회는 메이저 3개 단체 중에서도(위대까지 더하면 4개 단체) 다른 무술의 기술, 커리큘럼 도입에 유독 관대하고 적극적이었던 단체였기 때문임.
당장 결련택견 협회가 영향을 받은 게 반 공식화 된 것만 해도 까기와 수벽치기고, 옛법으로까지 넘어가면 중국권법, 복싱, 무에타이 등등 온갖 다양한 격투기들과 교류하면서 기술들을 흡수했음. 이게 잘못된 행동이었다는 건 아님. 어떻게 보면 그만큼 변화에 적극적이라는 거고 택견을 단순히 전통무술의 카테고리 안에서 박제되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했으니 말임.
그런데 문제는 앞서 말한 다양한 무술들의 영향을 받기 전. 그러니까 소위 '원형'이라 불리우는 오리지널 텍스트가 과연 제대로 남아 있느냐는 부분이라 할 수 있음.
김명근 선생님이 말씀하셨듯 결련택견 협회가 까기에서 여러모로 영향을 받은 게 사실이라고 해도, 사실 저 원형 텍스트만 멀쩡하게 살아 있으면 정말로 별 문제가 안 됨. 영향을 받기 이전의 원형 기술과 규칙을 증명해내기만 하면 저런 비판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워 질 수 있기 때문임. 그러니까 까기에 영향을 받은 건 맞지만 이건 엄연히 '택견' 문화재니 택견만의 오리지널 텍스트 대로 대회를 진행하고 기술 증빙을 하겠다. 이런 깔끔한 대처가 가능해진다 이거임.
그런데 내가 아는 바로는 현재의 결련택견협회는 그게 불가능할 거임. 왜냐하면 섞여도 너무 오래 전에 섞여서 이젠 어떤 게 오리지널 텍스트이고, 어떤 게 까기의 영향을 받은 텍스트인지가 구분이 안 될 가능성이 너무 높음.
김명근 선생님이야 사실상 택견이 본인이 하신 두 번째 운동이시니 평생의 기예라 할 수 있는 까기와 결련택견 협회의 택견 기술이 구분이 가능할 지 몰라도 다른 사람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도 좋은 게 현실임.
김명근 선생님의 까기 텍스트와 결련택견 협회의 오리지날 텍스트를 구분해서 보기 위한 조건을 말해보자면-
김명근 선생님이 결련택견협회에 합류하시기 이전, 결련택견협회의 원형인 서울택견보존회 시기에 정리된 기술들을 상세히 알고 있으되 이후의 결련택견협회와 유리되어 박제된 그런 표본(즉 변화에 함께하지 않은 사람)이 필요하다 인데....
아니 이런 사람이 어딨냐고...
거기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데려와도 문제인 게, 그 사람의 기억이 100퍼센트 온전하다고 보장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정말로 교류가 없었냐의 진실 여부도 함께 문제가 됨. 한마디로 더럽게 꼬인 상황이라 이걸 정석적으로 풀 방법이 사실상 없는 거나 다름없음.
물론 결련택견협회도 할 말은 많을 거임. 결련 입장에서 김명근 선생님을 보면 커리큘럼이랑 경기 규칙 만드는 데 참여해서 흔적이란 흔적은 전부 남겨두실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느닷없이 까기를 택견이라고 사기 치고 있다며 본인들을 규탄하고 있는 거니까.
그런데 문제는 김명근 선생님도 본인이 가진 기예인 까기를 문화재로 만드시고 싶어한다는 거고, 결련택견협회는 결련택견협회대로 경기를 문화재로 만들려 하는데 김명근 선생님께 언질 하나를 안 했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는 건 또 맞음. 어쨌건 선생님 본인은 충분히 서운하고 괘씸하게 느끼실 수 있는 부분이니 말임.
어쨌든 위에서 정리했듯이, 이번 문화재 지정에서 결련택견이 겪어야 했던 갈등은 결국 지금까지 결련택견 협회가 보여온 행보에서 귀결된 것이기에 싫어도 받아들여야 하는 결과에 가깝지 않나 하는 게 내 감상임.
짐작하자면 문화재 지정은 되었지만 선지정 후조사였던 고로 이후에 추가적인 조사가 없진 않을텐데, 다양한 무술과 교류하여 가장 개방된 협회라는 평가를 받던 이전의 행보가 오히려 오염된 원형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고, 여기에 대해 결련택견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거란 게 개인적으로 좀 안타까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