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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죽과 태질의 예시를 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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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jpg

택견이 근거리 공방에 중점을 둔 무술이었을 거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한 거 같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따져보면 따질수록 과연....? 이라는 생각이 드는 주장이라고 생각함.

 

이건 구한말 당시 택견 경기를 보았던 선교사들의 기록과 택견의 발차기 기술들에 대해 곱씹어 볼 수록 더 그럼 ㅇㅇ.

 

먼저 구한말의 선교사들이 남긴 기록을 보면 택견을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찬다. 이는 프랑스의 사바테와 유사하다.'라고 서술하였는데, 당대 프랑스의 사바테의 영상기록은 아래와 같음.

 

https://youtu.be/uedqehuzYdA

 

진짜 사바테 경기라기보다는 그 시절 갬성이 가득 담긴 시범영상에 더 가까운 영상이지만, 영상 중간중간에 나오는 공방 교환을 보면 발차기를 사용하는 무술 특유의 거리감각과 기법들이 굉장히 잘 드러남.

 

대표적으로 주먹이 닿지 않는 거리에서 상대와 나의 거리를 조절하면서 미들 위주의 발차기를 주고, 그 발차기를 통해 거리를 좁혀 주먹공방에 들어가거나 반대로 상대 발차기를 흘리거나 붙잡고 카운터로 주먹을 쓰는 류의 기술들 말임.

 

이는 발차기를 장기로 삼는 타격계 무술들에서 굉장히 흔하게 나타나는 기술 형태임.

 

물론 프랑스의 사바테와 달리 택견은 상대를 넘기는 류의 기법도 사용한다는 주석이 있는 걸 보면 근접하게 되었을 경우 태질도 자유롭게 사용하였던 걸로 보이지만,

최소한 그런 상황에 돌입하기 전에는 선교사들이 프랑스의 사바테를 연상할 정도의 발차기와 손을 이용한 중-원거리에서 오가는 타격공방이 있었다고 해석하는 게 더 적절할 것임.

 

또한 택견의 발차기 가운데서는 태권도의 옆차기와 거의 동일한 자세에서 시작되는 발차기가 있을 뿐더러 복장지르기와 같이 상대와의 거리를 유지하는데 목표를 둔 발차기도 주력기술로서 버젓하게 존재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딴죽이나 태질 같은 유술 기법들을 들어서 택견이 근접 공방 중심의 무술이라고 주장하는 건 너무 성급한 해석이 아닌가 하는 게 내 생각임.

 

그리고 택견의 유술 기법들이 지금과 같이 주목받은 건 오히려 택견이 현대화 되면서 룰적인 이유로 손을 이용한 타격이 금지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타격 발차기들이 금기시되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함.

 

이는 좋게 말하면 경기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주목과 발달이고, 나쁘게 말하면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어서 강제로 대표기술화 되어버린 상황이었다고 해야겠지만 이건 가치판단에 가까운 부분이니 재끼도록 하겠음.

 

어쨋든 결론을 짓자면. 구한말의 기록과 택견의 발차기 기술들을 살펴보면 구한말의 택견 경기는 태권도처럼 극단적인 발차기 공방만을 추구하지는 않았겠으나 기본은 발차기를 통한 중-원거리 공방과 그에 대한 카운터의 과정에서 근거리 타격-유술 공방을 벌이는 것이 경기의 주된 흐름이었으리라 추측되며 그렇기에 택견을 영춘권과 같은 근접 공방 위주의 무술이라 정의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는가? 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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