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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11 – 발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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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수풀 속 미리 헤쳐진 공간을 통해 1열 종대의 사람들이 거닐었다. 충분히 어두워진 밤중을 틈타 유격대가 출발한 것이다.

 

자칫하면 길을 잃겠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주변의 지형은커녕 앞 사람의 형태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모두 본능적으로 한 손을 앞으로 뻗어 앞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면서 걸었다.

 

잠시 대기

 

11번이 주먹을 쥔 손을 머리 옆에 들어 보이며 작게 속삭였다. 교육받았던 완수신호였다. 뒤에 따라오던 이들은 완수신호를 확인하자 왼쪽으로 몸을 틀어 뒷사람에게 똑같은 신호를 전달하고 제자리에 앉았다.

 

사실 어둠 속에서 신호는 잘 보이지 않았다. 유진도 손끝으로 앞사람이 멈추는 것을 느끼고 나서야 눈치껏 정지신호를 인식했다.

 

저건생각보다 이른데

 

잠시 구름이 지나가고 달빛이 스칠 때 각 분대장들을 소집하는 신호가 전달되었다. 2분대장과 3분대장은 그동안 훈련해온 대로 1분대장이 있는 선두 위치로 이동했다.

 

예정대로라면 이 시점에서 신호가 주어지는 상황은 하나였다. 위험지역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 개활지나 도로, 물가와 같은 적에게 발각되기 쉬운 지점에 맞닿은 것이다.

 

다 왔나, 그럼 설명하지

 

전방을 경계하던 1분대장이 그의 몸을 두드리는 신호를 인식하고 몸을 돌렸다. 그는 지도를 바닥에 깔고, 군장에서 모포를 꺼내 뒤집어 썼다. 그 속에서 라이트를 켜야 불빛이 새어나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전지역에서는 기도비닉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

 

1분대장이 눈치를 주자.새롭게 2분대장을 맡게 된 정락훈과 여전히 3분대장으로 임무를 수행 중인 유진도 그를 따라 모포 속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위치는 여기다. 예정된 침투로를 이용해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서는 이 계곡을 건너야하지, 그런데 직접 보니 예상보다 계곡의 폭이 넓어.”

 

1분대장은 상황을 설명하고 고개를 들어 유진을 쳐다보았다.

 

판단이 필요하겠군

 

유진이 응답했다.

 

맞아, 계곡은 위험요소가 많아. 물의 깊이는 물론이고, 지나갈 때의 소리나 지나가고 나서의 젖은 옷까지 작전수행에 지장을 주는 요소가 많지.”

 

그렇다면 다른 길을 찾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2분대장이 물었다.

 

즉각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마땅한 길이 없어. 출발 전에 같이 설명을 들었던 대로 가용한 예비침투로는 하나. 그마저도 안전하지 않지.”

 

그쪽은 비탈과 바위산을 넘어야 했던가?”

 

적이 있을 수도 있다고 했고

 

2분대장과 3분대장이 작전계획에 대해 떠올렸을 때, 대화는 일단락 되었다.

 

이렇다 할 방법은 없는 것 같으니 상급 지휘관에게 보고 하고 명령을 따르는 쪽으로 진행하지

 

1분대장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리고 통신을 맡은 인원과 함께 보고를 실시했다.

 

최대한 폭이 좁고 안전한 지점을 이용해서 건너가는 것으로 결정됐다. 준비했던 대로 3분대가 경계를 맞아주고 순서대로 넘어간다.”

 

알겠어

 

2분대장과 3분대장은 불안한 표정으로 순응했다.

 

3분대는 유진의 지휘 아래 경계에 들어갔다. 35번과 36번이 위험지역을 관측할 수 있는 양끝지점에서 경계를 서고 나머지 인원이 후방을 경계했다.

 

첨벙- 첨벙-‘

 

적막한 밤중이라 계곡을 건너는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려왔다. 모두 언제 상황이 터질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입이 말라왔다. 그렇게 숨죽이며 기다리던 중 위험지역을 건너간 1분대로부터 통신이 왔다.

 

여기는 1분대 도하 성공, 개인별 위치 완료, 수색 결과 이상무

 

확인. 2분대 투입하겠음

 

인지완료

 

그 이후의 절차는 보다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계곡 건너에서 2중으로 경계가 있는 상황이었기에 2분대는 좀 더 과감하게 이동했다. 넘어오는 인원들은 약정된 신호를 통해 피아식별 하였으며, 3분대장은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2분대 위치완료

 

“3분대 이동하겠음

 

유진은 수신호로 분대를 불러 모으고 이동을 지시했다. 그들은 단번에 계곡을 건넜다.

 

3분대는 유진이 불빛의 점멸과 암구호를 이용해 피아식별 절차를 마치고 나서야 경계하던 인원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외부에 노출된 장소에서 서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 식은땀이 났다.

 

경계병이 마지막 인원이 통과했을 때, 36명의 인원이 맞는지 확인한 후 팔을 크게 돌려 1분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각 분대장은 분대별 인원장비 이상유무를 확인하여 보고할 것

 

“2분대 이상무

 

“3분대 이상무

 

텀을 두고 순차적으로 보고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보고가 다 이루어지자, 모두 경계를 유지한 채 중앙으로 모였다. 원형의 대형이 순식간에 일렬 종대로 재구성되었다.

 

이동

 

1분대장에 의해 수신호와 함께 낮은 소리의 명령이 전달되었다. 유격대는 바람결에 들리는 나뭇잎 소리에 발소리를 묻어가며 나아갔다. 스산한 여름밤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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