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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10 – 이전투구泥田鬪狗(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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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한바탕 웃다가 뒤돌아보았다. 서로를 격려하는 2분대원들이 보였다. 여태껏 구태여 묻지 않았던 질문이 떠올랐다.

 

”2분대장은 결국 어떻게 된 걸까“

 

”아... 너무 신경쓰지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잖아“

 

분대원들이 유진을 다독였다. 그들 스스로도 무거운 이야기를 입에 담고 싶지 않아 무마시키는 것이기도 했다.

 

”어이!”

 

3분대장이 유진을 불렀다. 여느 때 같지 않게 기분이 좋아보였다.

 

“왜 그렇게 축 처져있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아니긴 뭘 아니야. 다음 상대가 우리인데 그래가지고 되겠어?”

 

11번이 유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전장으로 나가기 전 마지막이야. 내가 한 수 알려줄 테니 진심으로 오라고”

 

“응 그럴게!”

 

유진은 억지로라도 웃어보였다. 다음 경기가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시이-작!”

 

구령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되자 11번은 무서운 속도로 유진에게 다가왔다. 성큼성큼 침착하고 무게감 있는 걸음이었다. 유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그를 응시했다.

 

“올테면 와봐!”

 

‘짝-첨벙’

 

11번과 유진이 팔을 뻗어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서로의 손을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발을 굴렸다. 물이 왕관처럼 튀어올랐다. 맞닿은 손에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서로 조금만 긴장을 풀면 몸 안쪽으로 파고 들고자 하는 기세였다.

 

”어, 웃어?“

 

유진이 호흡을 뱉는 와중에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 그걸 비꼬는 11번도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둘 사이에서 여지껏 본 적 없는 풍경이었다. 그러다 한 순간 유지하고 있던 균형이 깨어졌다.

 

‘지금!’

두 사람의 감각이 번뜩였다. 11번이 유진의 어깨를 움켜잡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러나 동시에 유진은 11번의 오른쪽 어깨와 왼쪽 골반을 잡고 대응했다.  

 

”제법인데!“

 

양손이 대각선을 그리며 뻗어있자 11번도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힘을 내는 중심, 뿌리가 되는 부분을 막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힘은 안되지“

 

11번이 한 발씩 내딛기 시작하자 유진은 속수무책으로 뒤로 밀려났다. 그저 다릿심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정도로 나무 쉽게 한 사람을 밀어내고 있었다.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해?”

 

11번이 여유를 과시하며 물었다. 유진은 이를 악물고 버티느라 대답도 하지 못했다.

 

“다리가 아니야, 오금으로 밀어대는덴 한계가 있지. 몸이 상하고 말아. 대신 몸의 중심에서부터 힘을 내는 거야. 아랫배, 골반 그즈음의 샅에서”

 

11번이 말하는 사이 유진은 참호의 끝까지 밀려있었다. 발 뒤꿈치가 참호의 벽에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도 기댈 곳이 있으니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

 

“아까 너처럼, 굽혔다 펴는 힘을 쓰라는 건가?”

 

“비슷해 모았다 편다는 느낌이야”

 

유진은 곧바로 따라해보려고 했으나 쉽사리 되지 않았다. 뭔가 놓치고 있는 느낌이었다.

 

‘일단 거리를 만든다‘

 

유진이 순간 11번을 밀치며 반대방향으로 빠져나왔다. 11번은 밀어붙이던 자신의 힘을 못이겨 비틀거렸다.

 

”힘의 방향 틀어서 흘린 거야? 잘 배웠네“

 

11번은 금새 균형을 잡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면으로 붙어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 이따 봐”

 

“야이! 비겁한”

 

유진은 11번을 뒤로 한채 최대한 빨리 멀어졌다. 이미 멀어지면서 외치는 바람에 둘 사이의 간격은 멀어져 갔다. 게다가 다른 무리에서 빠져나온 3분대원들이 11번에게 엉겨붙어 추격이 불가능 했다.

 

’방금도, 처음에 배운 걷는 법에서도, 힘은 거리에서 나온다. 그럼 아마도 11번의 말은 몸 안에서 거리를 만들어내라는 게 아닐까?’‘

 

유진은 성장하고 있었다. 진흙탕 속에서 내딛는 느진 발걸음과 같이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꾸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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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