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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10 – 이전투구泥田鬪狗(2)

익명_9978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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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료식 이후 며칠이 지나고 재미있는 소동이 있었다.  

 

”교관님 질문이 있습니다!“

 

여느때와 같이 아침조회가 끝난 어느날 한 유격대원이 교관을 찾아가 물었다. 

 

“참호격투는 어떻게 하는 겁니까?” 

 

”그러게 하하“

 

너무도 뒤늦은 질문에 교관에게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물어본 건 네가 처음이다. 아무렴 설명이 필요하겠지 하하...” 

 

“감사합니다!”

 

“야” 

 

“17번 유격대원 정락훈!”

 

“락훈아 지금 연병장으로 애들 다 모아 봐” 

 

“네 알겠습니다!”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갑자기 왠 소집이지?”

 

“야 무슨일이래?” 

 

영문을 모르는 유격대원들이 웅성거리며 연병장으로 모여들었다. 

 

“막 오늘 출정하고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니면 우리 뭐 잘못했나?”

 

그들은 이미 평소와 다름에 긴장할 줄 아는 군인이 되어있었다. 연병장으로 나오자 교관이 단상 위에 서 있었고 걸어나오던 유격대원들은 눈치껏 발을 굴렸다.

 

“오늘 17번이 아주 좋은 질문을 했다. 그래서 지금부터 그 내용을 공유하려고 한다.” 

 

교관은 진지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전에!“ 

 

그의 호령에 모두가 숨죽였다. 

 

”참호격투가 뭔지 모르는 놈들 손들어 봐“ 

 

‘우르르-’ 

 

연병장에 있는 모두가 한 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이 펼쳐졌다.

 

”내려“

 

‘우수수-’

 

”근데 왜 이야기 안했지? 됐다. 지금 설명할 테니.“

 

유격대원들은 이제야 상황파악이 된듯 일제히 어깨의 긴장을 풀었다. 

 

“참호 격투란-“ 

 

교관의 일장연설은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참호는 유격훈련장의 호를 사용한다.
-호에는 물을 채워둔 상태이며 진흙탕 속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한 분대가 1개 팀이 되는 팀대항전으로 진행한다.
-경기는 토너먼트식이 아닌 리그전으로 모든팀은 서로 한 번씩 대전에 임한다.
-경기는 서로 상대방의 팀원을 참호 밖으로 밀어내는 형태로 실시된다.
-정해진 시간동안 참호 안에서 가장 많은 인원 수가 남아있는 팀이 승리한다.
-개인은 양 발이 바닥에서 떨어지면 열외되며, 전원이 열외된 팀은 패배한다.

 

유격대원들은 모두 그 내용을 흥미롭게 들었다. 투기장 출신으로서 개인전이 아닌 팀 대항전이라는 면이 생소했지만, 군인으로서 그러한 훈련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이것은 개인의 우월한 능력이 아닌 팀의 단결력을 경쟁하는 경기였다. 그리고 그동안 배웠던 전략, 전술을 써볼 수 있는 무대였다.

 

“설명 끝. 헤쳐!”

 

교관의 한 마디를 끝으로 모두가 다시 막사로 돌아갔다. 

 

“혹시 이것도 해본 적 있어“

 

유진은 인파 속에서 11번을 마주치고 물었다.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고 비슷한 건 해봤지“

 

”어때 할만 해?“

 

”해볼만 해. 겪어봐서 나쁠 건 없어.“

 

둘은 자연스럽게 전우조를 이루고 막사까지 나란히 걸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건 단순히 체력싸움이 아닌거네... 생각보다 머리를 많이 써야겠어”

 

유진은 그동안 궁금한 많은 것을 물었고, 생각을 정리해나갔다. 

 

”너는 매사에 참 진지하구나“

 

11번은 그런 유진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어? 그런가?“

 

”그런 편이지“

 

”그래 거 뭐... 고마워“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고 둘은 복도에서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각자의 침상으로 돌아온 둘은 어쩐지 닮은 모습으로 침구와 관물대를 정리했다. 그러던 중 유진은 관물대를 열어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뇌까렸다.

 

“진지하다라...”

 

웃음기가 없는 얼굴. 입꼬리를 올려본 지 몇달이 지났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 스래도 투기장에서는 더러 웃을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충일이 쓰러지고 나서 이곳에 와 있는 지금까지는 그런 적이 일체 없었다.

 

“지는, 살면서 전혀 웃어본 적 없는 것 같은 얼굴이면서“

 

유진은 쓰라린 마음을 감추려 11번을 비난했다. 

 

‘끼익- 쾅-’ 

 

그리곤 관물대의 문이 닫혔다. 

 

한편, 11번은 자신의 관물대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고 있었다. 관물대를 여는 찰나에 얼핏 올라간 입꼬리가 비추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몇몇 분대원들이 당황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11번은 사진만을 보고있을 뿐이었다.

 

“새끼, 귀엽네. 예나 지금이나.” 

 

그가 사진을 어루만지며 혼잣말했다. 오래된 사진의 구겨진 부분을 매만져 펴보는 그의 손끝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잔뜩 긴장한 어린아이가 사진기 앞에서 차렷자세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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