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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9 – 이중지련泥中之鳶(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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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번은 유진을 의무실까지 부축하고는 자리를 떴다. 의무관이 자리를 비운 탓에 둘만 있게 된 것이 꺼림직 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유진은 텅 빈 의무실에 혼자 남겨졌다.

 

미안하다, 나도 이러고 싶지는 않았어

 

유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단순한 회한처럼 들리지 않았다. 유진은 사격장에 있던 다른 분대원들의 소란과 교관의 개입하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교관이 자신을 걷어차고 총을 뺏던 순간에 보였던 광경을 되짚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넌 도대체 뭘 한 거야? 부사수가 똑바로 봤으면 생기지 않을 일이었어!”

 

교관이 유진을 따로 불러내어 말했다. 그는 이렇게 된 데에 자신을 포함한 통제관들의 책임 또한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그 이상의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이렇게 단기간에 훈련이 될 리가 없었다. 그는 이전부터 이들을 전장에 내보낸다는 결정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상황에서 지휘관의 잘못, 시스템의 문제를 들춰낸다는 것이 어떤 혼란을 불러일으킬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진에게 책임을 부여하고 징계를 주어야만 했다.

 

더 말할 것도 없다.”

 

그 말이 있고 바로 유진은 영창에 들어갔다. 2분대장은 더한 징계를 받고 있을 터였다. 불합리한 구타도 가해졌을 것이다. 유진은 자신이 받는 징계가 격리에서 그친다는 점에 내심 안심했다. 그러나 꼬박 한 주 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것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식사는 주어지지 않았다. 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랬다. 교관은 11번에게 몰래 언질하여 배급된 빵조각을 남겨 영창으로 가져다 주도록 시켰다.

 

괜찮냐

 

의왼데, 걱정을 다하고

 

11번이 물음에 유진이 능청을 부렸다.

 

괜찮은 거 같으니 간다

 

아 잠깐만!”

 

 

유진은 적적한 와중에 찾아온 11번을 붙잡아두고 고민을 토로했다.

 

사격을 마저 하지 못했는데 이대로 전쟁에 나가도 될까

 

괜찮아 실제 전쟁에서는 어차피 잘 맞지도 않고 조준하고 쏜다는 거 자체가 어려우니까

 

그거다행이네

 

다행인가?”

 

전쟁에서 제대로 총을 쏘지 못할 거라는 말이 다행이라니. 유진은 스스로 말하고도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분대원들은 어떻게 지내

 

유진은 급하게 말을 돌렸다.

 

“3분대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부사수 역할 하나 제대로 못한 분대장의 무능함에 대해 흉이나 보면서 지내겠지

 

역시 그럴까

 

그럴만한 행동을 했잖아? 받아들여. 그래도 의외로 다른 분대가 욕할라고 할때면 격하게 반발하곤 하더군. 자꾸 시비가 붙어서 좀 곤란한 참이야

 

?”

 

특히 3분대원 중 한 명이 나서서 자신을 구하려도 한 것을 봤다면서 옹호하는 모양이던데일단 겉으로는 체면을 차려주는 모양이지

 

유진은 의도치 않게 자신에 대한 평가가 바뀌게 된 것에 놀랐다. 말 한마디에 큰 위로를 받은 것 같았다.

 

다음에도 이것저것 물어봐도 될까?”

 

언제는 허락맡고 물어봤냐

 

그것도 그렇네

 

유진은 울먹임을 참고 말했다.

 

그 뒤로 유진은 매 끼니 마다 11번과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내용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분대에 대한 소식 그리고 분대원들이 궁금해했던 것들까지 다양했다.

 

뭐 그럼 우리 작전지역에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아마 그럴 거다

 

그럼 주민의 도움을 받는 건 어렵겠네

 

주민은 커녕

 

대화 중에 11번이 말을 흐렸다.

 

주민은 커녕 뭐?”

 

확실하진 않지만,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게 진짜야? 그럼 싸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유진은 강해져야 한다는 본인의 목적을 잊은 채 순수하게 기뻐했다.

 

아니그건 이상해, 본대까지 움직이는 이번 작전 계획이랑 맞지 않아.”

 

그건 그래, 그런데도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뭐야?”

 

그거야 그곳은 이미 한차례 전쟁이 있었던 곳이니까.”

 

너도 거기 있었어?”

 

그랬지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는 그곳에서 태어났다. 말하자면 내가 그곳에서 살아남은 유일한 현지주민인 셈이겠군.”

 

유진은 놀람을 감출 수 없었다. 사정이야 어찌되었든 그곳에서 나고자란 사람이 함께 한다. 심지어 그 사람이 1분대에서 선봉을 맡는다. 이건 생존률을 대폭 높일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근데 왜 말하지 않았어?”

 

귀찮아질 게 뻔하니까. 그리고 그곳을 떠난지도 오래됐고

 

환경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건가?”

 

그렇지

 

애매하네아무튼 엄청난 사실을 알았네근데 아, 아니다.”

 

유진은 11번과 대화할수록 전장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렇게 신뢰가 쌓일수록 그는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무제가 이곳으로 자신의 사람을 보낸다고 한 이유는 도대체 뭐지? 그게 자신을 도우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또 다른 시련을 주기 위함일까?’

 

유진은 이 의문에 대해서만큼은 11번에게 묻지 않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그가 무제와 관계있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만약 그가 무제의 사람이 맞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지금과 같은 관계가 어려울 거 같아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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