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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er4 - 점화(2)

익명_02626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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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장에서 쓰러진 충일은 혼수상태에 빠져 의식을 찾지 못했다. 그를 기다리는 동안, 유진은 그에게 배웠던 것을 반복하고 반복했다.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할 말이 있어

 

그러던 중 한주가 찾아왔다. 한주는 충일이 쓰러지기 직전에 유진에게 말을 전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했다.

 

정확히는 이렇게 말했지

 

그는 이렇게 운을 띄우고 충일의 말을 옮겼다.

 

투기장에서 유진이라는 애송이를 찾아.. 찾아서 현암에 대해 알려줘

 

유진은 충일이 자신을 생각해줬다는 것에 반가우면서도, 그가 정말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현암..그게 뭐죠?”

 

우리의 선생님이지, 아니 정확히는 우리가 그 기술을 훔쳐왔다고 하는 게 맞으려나

 

유진은 문득 충일의 말들이 떠올랐다.

 

그분은 여기 사람이 아닌가요?”

 

어느 정도 맞지, 그건 왜 묻지?”

 

아뇨, 아니에요

 

유진은 묘한 기시감에 현암이라는 사람에 대해 되물었지만, 그 기시감의 정체에 대해서는 온전히 알 수 없었다. 한주는 충일과 그가 같은 부대 출신이라는 것과 그들이 어떤 작전에 같이 투입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거기서 현암과 만나게 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리는 약탈자였다. 군인이라는 이름 아래에 국경지역의 민가를 피습하고 식량을 빼앗았지. 국가가 전장에 밀어 넣어 놓고 열흘이 지나도록 재보급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으니까.. 피할 수 없는 일이었어. 아무튼 현암은 그곳에 있던 지도자였다. 탁월한 견해를 뜻하는 현암이라는 이름도 백년도 지난 선현의 이름을 받은 거였지.”

 

한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결론적으로 현암은 곧은 정신과 범접할 수 없는 체기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를 제압하라는 명령을 받은 작전팀에 소속되어 있던 한주와 충일은, 그와 겨뤄 본 후 그 기술에 매료되어 그를 포섭하기 위해 방문을 이어갔다. 그렇게 수차례 방문하고 설득과 다툼이 이어지던 중 그들은 암묵적인 사제관계가 되었다.

 

결국 작전은 실패했지, 부대에서도 기득권 집안의 자제들에게 큰 문책은 하지 않았어. 그렇게 우리가 부대에 돌아오고 나서, 충일 저 사람은 그때 배운 기술로 군대의 교관이 된 거야. 나는 그대로 전역해서 떠돌이로 살았고. 뜻도 재능도 없었거든.”

 

한주는 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했다.

 

그냥.. 재밌었지 현암이라는 사람한테서 무언가를 배운다는게. 우리는 단순히 기술을 배운 게 아니야. 그가 살아가는 방식과 그가 따르는 문화도 배웠지. 그게 좋았어...”

 

이에 유진이 말했다.

 

그런 거 군요.. 그럼 선생님이 저에게 현암에 대해 알려주라고 한 이유가 뭘까요?”

 

글쎄.. 너가 알아내야 할 게 있지 않을까?”

 

한주는 거기까지 말하고 뭔가 의식한 듯 급히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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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의 제자는 충일과 한주 외에도 몇 더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3구역의 권력자 무제였다. 유진이 충일의 수수께끼에 빠져있을 때, 무제또한 상념에 빠져 있었다.

 

무제는 성주의 모니터를 해킹하여 얻어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보고 있었다. 그의 계획대로 충일의 다리에 불량 약품이 들어갔고, 금방 그 효능이 풀려 극심한 반동을 겪게 되었다.

 

계획대로이긴 한데..”

 

무제는 무언가 불만족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빠뜨린 것이 있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었다.

 

뭐지, 뭘까?’

 

그는 집무실의 모니터를 끄고 잠시 눈을 감았다.

 

현암.. 당신이라면 어떻게 접근했을까요

 

무제는 충일의 수를 귀신같이 읽던 현암을 떠올렸다. 그는 스스로 인정하는 몇 안되는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방대한 기술을 지니고 있던 현암을 만나고 난 밤, 부대원들은 대화를 이어가며 기이한 경험을 했었다. 모두 현암에게서 서로 다른 기술을 본 것이다. 서로 다른 특기를 지니고 있던 부대원들이 자신들의 특기에 맞는 기술에서 장점을 보게 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팔방미인은 사실 어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이야기한다. 잡다하게 손을 대면 특장점이 없는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마련인데, 현암은 달랐다. 모든 분야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 모르겠다! 나는 못해!”

 

무제는 수수께끼를 풀기를 포기하며 소리쳤다.

 

대신 그는 현암의 유품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생각난 김에 그를 추억하는데 시간을 쓰기로 한 것이다.

 

나는 고작 재는 법 하나를 배웠지만, 충분히 떵떵거리며 잘 삽니다

 

그는 그곳에 있는 활과 화살통을 만지며 말했다.

 

후두둑-‘

 

의도치 않게 화살통이 쓰러졌다. 헐거워진 뚜껑이 빠지며 그 속의 화살이 널브러졌다. 무제는 정리하기 귀찮을 정도로 넓게 퍼져 버린 화살을 바라보며웃었다. 번거로움 속에서 무언가 추억을 상기한 눈치였다.

 

-‘

 

그가 주워 올리던 화살 한 개를 떨어뜨렸다.

 

설마!”

 

그는 모니터 앞으로 뛰어가서 충일이 쓰러지던 때의 영상을 다시 돌려보았다. 영상의 상대가 한주라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해 내었는지, 손으로 한주를 가리키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건가

  그는 무언가 실마리를 잡은 듯 말했다.

 

마중 갈 일이 생겼어, 나갈 채비를 해줘

 

그리고 곧바로 모니터 옆의 송신기를 붙잡고 이야기 하면서 자리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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