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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3 - 검불과 깃털(1)

익명_5468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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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사흘 밤낮을 앓았다. 그는 침상에서 자다 깨다를 반복하였고 그사이 백일몽에 가까운 꿈을 수 차례 꾸었다. 그가 꾼 꿈에는 어떤 형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그것은 긴 줄을 달고 하늘을 나는 무언가였다.

 

자유로워 보인다... 아닌가, 너도 줄에 메여있구나

 

그가 꿈속에서 생각했다.

 

그때 꿈속에서 아른거리던 인물이 무언가 말하는 듯 보였다.

 

뭐라고 하는거지?’

 

유진은 그 아른거리는 입 모양을 겹쳐서 떠올리며 따라 해보려고 했다.

 

너도 같이...”

 

그가 그것을 입 밖으로 냈을 때, 꿈에서 깨어났다.

 

드디어 일어났네! 거봐 이 돌팔이야 강한 진통제를 무작정 넣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사람 한 명 잡을 뻔했네

 

태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앞에는 투기장에서 내려온 환자들을 치료하던 의무실이 보였다.

 

정신이 좀 들어? 돌팔이 새끼 때문에 못 일어날 뻔한 걸 내가 살렸다. 나한테 마약성진통제를 남발할 때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고마워.. 근데.. 갑자기 왜 이래..”

 

태호가 친한 척 굴자 유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친절해도 지랄이냐그냥 그날, 노인네가 부탁했어

 

그 날..?”

 

그래 그 총맞은 날

 

태호는 말주변이 없었지만 열심히 설명했다. 그가 과거에 소속되어 있던 자경단과 그 조직이 쓰던 암호의 존재, 그리고 노인이 그걸 써서 태호에게 메세지를 전달했다는 것.

 

나도 믿기진 않지만 정일 형님 이름까지 대면서 이야기하면 따를 수밖에 없어

 

뭐야 그게... 유치해...”

 

말조심해라, 나름 유명한 자경단이었거든 너 같은 건 순식간에 없앨 수 있어

 

자경단은... 시장 휘어잡고 마약이나 팔았겠지

 

태호는 조직에 무척이나 애착이 있는 듯했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모종의 자부심마저 보였다. 그러나 유진에게는 범죄자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

 

유진이 몸을 일으켜 상황을 확인하려 하자 극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났다.

 

아직 좀 쉬어야 할 거야, 아깐 관리인 앞이라 조금 장난스레 말했지만 저 의사 의도적으로 치사량까지 약을 투입하려 했어.”

 

그게... 무슨...!”

 

노인네 다음은 너라는 거지

 

유진은 숨을 고르고 고통에 익숙해지기 전까지 태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 이야기는 아니었다.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의미 없는 말이라도 계속하려는 것이었다.

 

연이 뭔지 알아?”

 

? 하늘에 날리는 거?”

 

그게 그거였어? 줄을 달고 하늘을 나는 거?”

 

그가 꾸었던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중 연에 대해 묻자 태호가 답했다.

 

그래 그게 연이야 줄에 유리조각을 묻혀서 다른 연이랑 싸우는 놀잇감이지

 

싸워? 그거로?”

 

그걸 다른 연 가까이 가져가서 얼리면 줄끼리 맞닿으면서 한쪽이 끊어져 나가는 거지

 

얼른다.. 선생님도 그런 이야기를 한 적 있는 거 같아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태호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넌 그걸 어떻게 알아?”

 

태호는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아까 말했던 형님이 알려줬어, 형님은 나와 동생들에게 아버지나 다름 없었거든. 가끔 그런 소소한 행복에 대해 알려주시곤 했지..”

 

유진은 태호에 대한 편견이 점차 바뀌어 가고 있었다. 그에게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오래 신경 쓰지는 않았다.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었다.

 

그럼 얼른다는 게 뭔지 알아?”

 

얼리는 걸 말하는 거라면 얽는다? 엉킨다? 그런 말이랑 비슷한데 뭐랄까 이렇게

 

태호가 유진의 팔을 들어 자신의 다른 팔에 얹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유진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태호에게 말했다

 

다시!”

 

야 너 아직 일어나면 안돼

 

다시 해봐

 

도대체 뭘!”

 

유진은 충일의 말을 뒤늦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전에 배운 기술에 직결되는 것이었다.

 

유진은 그 개념을 깨닫고 나서 매일 같이 태호와 연습했다. 충일이 다시 오는 날 보다 강해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충일은 다시 돌아온다. 권력자는 충일이 비참한 모습으로 투기장에 오르는 것을 바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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