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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Chapter1 - 잿불(3-1)

ab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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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거지. 우쭐대지마 노인네, 지난번에는 간수 때문에 제대로 힘을 못썼어

 

족쇄가 풀린듯한 기분에 거대한 사내가 의기양양해졌다. 성큼성큼 다가온 그는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

 

노인은 아주 작은 간격으로 발을 움직여 주먹을 피했다. 너무 힘이 실린 공격에 남자의 거개한 몸이 휘청이자 노인이 손을 살짝 얹어 그의 몸이 굽어지게 만들고 떨어지는 그의 머리에 무릅을 냅다 꽂았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노인은 눈을 똑바로 뜨지 못하고 휘적이는 남자의 팔을 잡아채고 후속타를 이어갔다.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의 팔을 밖으로 치워 드러난 얼굴을 발로 차고, 놀란 남자가 얼굴을 감싸 막자 손으로 목을 붙잡고 갈비뼈 아래 연속적으로 무릎을 쑤셔 박았다.

 

투박한 기술을 지닌 남자는 간이 있는 자리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거구의 장정이 노인의 이어지는 공격에 정신없이 맞고 무너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그가 앞으로 고꾸라져 거북이처럼 웅크린 채 호흡을 고르는 동안 장내에는 거친 숨소리만이 정적을 메웠다. 

 

이야!”

 

처참하기 그지없었는 그 모습을 바라보던 관중은 예상치 못한 모습에 숨을 죽이고 있었다투기장의 개최자인 5구역의 권력자만이 거리낌 없이 탄성을 내뱉었다.

 

죽이네, 영감탱이

 

그러나 이내 다른 이들도 모두 눈 앞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명백한 노인의 승리였다.

 

미쳤다 다음에 또 나와라

 

다른 이들도 서서히 동조하며 여유로운 티를 냈지만, 모두 그 속에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환호는 그런 두려움을 감추기 위한 것이었다.

 

저건 위험하다. 밖으로 나오기 전에 투기장 안에서 죽여야 해

 

망가진 사회의 기득권자들은 합리적이지만 편협하고 옹졸한 겁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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