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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기의 김명근 선생님과 택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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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옛날(80~90년대)에 택견 시작했던 사람 아니면 절대다수가 모를만한 내용이고 일종의 비사에 가까운 썰인데 요즘 택견판 돌아가는 분위기 보니까 이젠 슬슬 말해도 되겠다 싶어서 조금 풀어낼까 해.

 

민족무예원을 운영하시는 김명근 선생님이시라고 중구 어디였나, 아무튼 종로에서 학교 다니셨던 무술인 한 분이 계셔.

아마 2000년대 초반에 결련택견 했던 사람들이면 세미나때 몇 번 뵈었거나 아니면 직접 교습 받은 적들 있을 거야. 그런데 이 분이 결련택견 협회에 계시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택견을 하셨다기보단 본인의 무술이 따로 계셨던 분이고, 그 무술의 이름이 바로 까기거든어린 시절 답십리(왕십리 근처)에 사시면서 동네 형들한테 배우고 친구들하고 많이 하면서 노셨다던데 이야기 들어보면 굉장히 디테일한 내용들이 많아뭐 이건 여기서 할 이야기는 아니니 이쯤 하고.

 

아무튼 이 분이 경력이 어떻게 되시냐면, 대한택견에서 꽤 많은 수련생을 보유했던 도장을 운영하셨다는데 옛날만 해도 부산에만 도장이 있던 대한택견이 서울로 진출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치셨던 분이야.

 

본인 말씀께선 그때 전통무술 신드롬이 얼마나 컸는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민족무술 택견이 서울로 돌아왔다고 기사까지 났다고 하시던데 사실 이건 잘 모르겠어 ㅎㅎ. 여튼 이 분이 대한택견에서 꽤 다양한 일에 손을 대셨었고, 개중 중요한 부분이 바로 대한택견협회의 경기 규칙의 토대를 손봤다는 거였대.

 

대표적인 예시로 우리가 지금 대한택견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경기의 시작 과정인 좁은 거리에서 시작해서 상대의 다리를 툭 쳐주는 대접. 이 개념 자체가 김명근 선생님 본인께서 익히셨던 까기에서 따오셨다는데 그것 이외에도 제자도 키워 내고, 이용복 총사와 이런저런 협의를 거쳐 까기의 기술들을 커리큘럼 안에 더하시다가 그 과정에서 이용복 총사랑 틀어져서 도기현 회장이 대한택견과 결별할 때 함께 협회를 나오셨다 하시더라구.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대.

 

예전에 저장소에 올라온 글 중에 결련택견 협회 초창기 커리큘럼은 대한택견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고 누가 말했던 걸로 기억하거든? 그런데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만 하더라. 당시 도기현 회장의 나이가 고작 삼십대 초반이었고, 송덕기 옹께 택견을 배웠다 뿐이지 그걸로 누굴 가르칠 수 있는 경험도, 커리큘럼도,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무작정 대한택견회에서 뛰쳐나온 상황이었다고 하셨거든. 당연히 뭐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게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데.

 

결국 커리큘럼을 정리하고, 협회 체계를 잡고... 그런 부분에 아무래도 나이랑 경험이 많은 분이셨다 보니까 상당부분 도움을 주셨다던데 진짜 문제는 대회의 규칙 부분에서 생겨났다고 하시더라고.

 

결련택견 협회가 설립된 뒤 처음으로 대회를 열어야 하는데, 도기현 회장은 아예 대회 자체에 부정적이어서(도기현 회장이 송덕기 옹의 제자였으니 택견 경기 규칙에 대해 물었는데 별 신통한 답이 없었다더라...) 어쩔 수 없이 본인이 하셨던 까기 룰을 십분 활용해서 만든 규칙으로 경기를 열 수밖에 없었다는 거지. 그러니까 말이 택견 경기였다 뿐, 사실은 까기 경기였던 셈인 거야.

 

그런데 뒤에 이어진 말씀이 충격이었던 게그 까기 규칙을 토대로 실행되었던 대회의 규칙이 지금의 택견배틀의 뿌리가 되었다는 거였어.

마구잽이 금지, 중단차기 금지 뭐 이런거 빼면 처음 대회 열었을 당시와 거의 동일하고, 더 기가 막혔던 건 지금 결련택견 협회가 밀고 있는 택견론(정면무술, 좁은 경기장 등등...)과 경기방법이 실은 본래 송덕기 택견의 그것이 아니라 서로의 아랫발을 밀고 시작할 수 있는 좁은 공간에서 벌이는 까기에서 차용한 개념이었다는 거였지.

 

이해가 안 가서 되물으니까 이렇게 말씀해주시더라. '저기 충주에서 결련과 대한처럼 딱 붙어서 경기 시작하는 것 봤냐고.' 커다란 경기장에서 양쪽 마을 대표 택견꾼들이 입장해서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에서 경기 시작하는 거, 그게 선생님 본인이 들었던 택견 경기의 시작이지 어딜 지금처럼 바짝 붙어서 다리 하나씩 내주면서 경기를 시작하느냐고.

 

저것 말고도 결련택견 커리큘럼 얘기, 뭔 얘기 몇 개고 더 해주셨는데 하두 내용이 많아서 여기다간 다 못 쓰겠고, 대충 요점만 정리하면 그때 선생님 본인께서 택견판에 까기 기술들을 푼 게 어처구니없는 결과로 돌아왔다는 거였어.

 

발로 차서 승부를 가린다던가, 아래를 까는 것이 기본이 돼서 스탭이 품을 밟는 것과 비슷하게 바뀐다던가, 어린 시절부터 놀이로 시작했다던가 하는 점들 때문에 까기가 택견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셔서 적극적으로 결련택견협회와 도기현 회장에게 본인이 아는 기술들을 풀어주셨다던데. 그러고 나니 어느 순간 그것들이 송덕기 할아버지의 기술이 되고, 송덕기 할아버지가 알려준 경기 규칙이 되어 버렸다는 거지. 그걸 본인이 못 막으셨다고 하시더라고.

 

결국 김명근 선생님이 결련택견협회와 결별하게 된 진짜 이유가 저거였던 셈인데 뭐... 듣는 나는 그저 어한이 벙벙할 뿐이었어이게 전부 선생님 개인의 주장에 가까운 것들이긴 하지만 몇몇 부분은 정확히 내가 아는 바와 겹쳐서(결련 옛날 커리큘럼 과정 등등...) 뭐라고 말도 못하겠고...

저번에 결련 커리큘럼에 김명근 선생님이 개입하셨다고 짤막하게 글 올린 사람이 있던 거 보면 나 말고도 이거랑 비슷한 얘기 들은 사람들이 좀 되는 모양인데,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 지금까지 이런 썰이 안 퍼졌겠지 싶어.

 

사실 이런 익명 사이트에다가나 풀 수 있는 이야기지, 어디 가서 함부로 했다간 난리 나기 딱 좋은 얘기니깐 말이야... ㅎㅎ... 암튼. 결국 그렇게 결련과 갈라진 뒤 까기의 문화재 등록을 위해 준비를 하고 계신다고 하신다던데 그게 어떻게 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

 

다만 요 며칠 저장소에서 위대가 쌍방과실을 했느니, 도기현 회장이 전통은 관심 없는 사업가적 사람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던데 전자는 생각이 좀 갈릴 수 있겠지만 난 후자는 꽤 신빙성이 있다고 봐.

 

애초에 사업가적 기질이 더 크지 않았다면 김명근 선생님의 까기 경기를 택견 경기로 둔갑시키켜 팔아먹지는 않았을 테니까(...). , 그런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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