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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발명, 그리고 신한승 비판

익명_81704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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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 글 쓴 게이인데 논문읽다 지쳐서 오늘은 신한승 택견에 대해서 생각해봤어.

 

1. 전통이란 무엇일까?

 

두산백과에서 보면 전통은 "역사적으로 전승된 물질문화, 사고와 행위양식"을 뜻해.

그런데 이런 문면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전통의 의미를 정확하게 기술하지 못해.

왜냐하면  이렇게 파악한 전통의 의미는 "관습"의 의미와 구별되지 않기 때문이야.

 

객관적인 존재로서 과거로부터 현재에 전해진 사상·관행(慣行)·행동·기술(技術)의 양식 등은 관습(慣習)이라고 해야 하며, 과거로부터 연속성을 가진 문화유산에 불과하다. 거기에 비해 전통은 같은 문화유산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생활에서 볼 때 어떤 주관적인 가치판단을 기초로 하여 파악된 것을 말하며 반드시 연속성(連續性)을 필수조건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시대에 전적으로 망각되었던 것이 후대(後代)에 이르러 전통으로 되살아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잊었던 것이 새삼 전통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재평가되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전통 [tradition, 傳統] (두산백과)

요약하면 전통은 비단 과거의 무언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가치평가가 이루어진 과거의 것을 의미한다는 거야. 

 

여기서 택견이 전통이란 전제 하에 전건긍정 형식의 재미있는 논증을 구성할 수 있어.

 

1. 전통은 현재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가치평가가 이루어진 과거의 것이다.

2. 택견은 전통이다.

-> 택견은 현재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가치평가가 이루어진 과거의 것이다.

(p->q, p, ∴q)

 

논증에 따르면 현대의 택견은 이미 현재의 누군가가 과거의 택견을 새롭게 가치평가한 결과물이야

과거의 무언가를 가치평가할 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파악하면, 현대 택견의 좌표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겠지.

 

2. 전통의 발명

 

과거의 것을 긍정적으로 가치평가할 때의 일반적인 경우의 수는 크게 두 가지야. 자연적이거나, 인위적이거나.

택견은 다 죽어가는 걸 인위적인 노력으로 심폐소생해서 살린 거니까 이 중 후자의 경우겠지.

 

홉스봄이라는 역사학자는 이렇게 과거에 대한 인위적인 가치평가가 이루어질 때, 그 중 많은 경우가 네셔널리즘이 원인이 된 발명의 과정이었다고 지적해.

 

hobsbawmlowy1.jpg

진보 역사학계의 본좌 홉스봄 선생(마르크스 역사하..ㄱ읍읍)

 

즉, 전통이라고 불리는 많은 것들이 사실은 과거의 것을 토대로 새롭게 정리되고, 재구성된 일종의 발명품이라는 거지.

예를 들어볼까?

 

jindo.jpg

jindo2.jpg

인터넷에 전통 진돗개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사진들이야.

단아하고, 위풍당당하고, 멋지지.

 

자, 이제 100년 좀 안 된 진돗개 사진들을 보여줄게.

 

realjindo.jpg

realjindo2.jpg

realjindo3.jpg

그냥 동네 똥개같지?

놀랍게도 천연기념물 지정 당시(강점기) 조사에 사용된 사진이야. 

 

원래 자연발생견종들은 한국인이 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지들 멋대로 생겨서 표준이랄 것이 없는 게 정상인데, 천연기념물 등록하려면 표준을 만들어야 해서 어거지로 표준을 만들었거든. 이후 표준을 맞추기 위해 혹은 상업적인 이유로 일본의 여러 견종들이 섞여서 진돗개가 소위 좀 뽀대가 난다는 견종이 된 게 이 차이의 원인이야.

 

지금은 일본 개들이 얼마나, 어떻게 섞였는 지 구분이 불가능한 지경이라 그냥 묵인해버리고 뽀대나는 진돗개들을  진돗개 전람회에서 수상하게 하는 등, 그냥 전통 진돗개로 부르고 있는 실정이야.

 

만들어진 전통이 진짜 전통이 되어버린 거지.

 

3. 신한승 택견

 

홉스봄의 전통의 발명 이론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예시가 딱 신한승 택견인 것 같아.

심지어 위 진돗개의 예시보다 더더욱.

 

신한승 선생의 발언을 살펴보자. 인터뷰이는 이용복 선생이고, 자세한 내용은 저장소 정성글에 있음.

 

<앞 부분 생략>

 

신한승 :  ─ 활개짓도 그전엔 막 이렇게 했어. 지금 바꿔 가지고 이렇게 해 가지고 나가죠? 이것은 껍데기뿐이고 이건 변해도, 이건 뺏다, 넣었다 해도 관계가 없는 겁니다. 그렇다고 핵이 변하는 건 아닙니다. ─ 또 문예진흥원에서 왜 기술을 다 바꿨느냐?" 고 그러네. ─ 그래가지고 모든게 그냥 핵이 무엇인지 그걸 알아야 됩니다. 모든 것이 어떻게 표현해야 할 것인가.

 

<중간생략>

 

신한승 : 핵이, 핵과 원리만 같으면 같은 거예요. 그거 빼고 가르치고 했다, 뭐 서서 이런 거 넣었다, 딴 걸 넣었다, 뭐 이렇게 하고 했다 (동작을 보여 주며), 저렇게도 했다, 아 ─ 그 자체에 핵이 들어가 있는데 뭐가 다른 겁니까?

본인이 직접 자신의 택견은 택견의 핵과 원리를 토대로 재구성한 결과라고 말하고 있어.

신한승 선생은 모종의 이유로 택견을 재구성했어. 그리고 그것또한 택견이라고 주장해. 

 

이런 측면에서 보면 신한승 선생은 전통의 계승자라기보단 새로운 전통의 발명가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할 듯해.

 

4. 도대체 왜?

 

이쯤되면 궁금해지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여기 게이들은 신한승 선생의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 쯤으로 퉁치고 마는 것 같은데..

뭐 물론 맞말이겠지만, 그런 악마화만으로는 아무런 해결도 할 수 없고 실제로 타게팅이 충분하지도 않은 것 같아.

 

홉스봄은 이런 류의 전통 발명이 국가(state)와 국민(nation)의 정체성이 불일치 할 때 일어난다고 말해.

 

역사학계에선 국민(혹은 민족 혹은  nation..아무튼)이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일종의 상상적 공동체라는 것에 어느 정도 합의를 한 상태야. 비판적인 의견들도 있지만 주류 의견은 그래. 국민 개념이 발명되기 전까진 우리 가족, 우리 마을, 혹은 특정 왕조에 충성하던 사람들이 기술의 발전과 국가 체제의 복잡화 등으로 인해 하나의 민족이라는 상상적 공동체를 만들고 거기에 충성하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렇게 만든 하나의 민족 개념은 거대한 힘이 되어 국가 체제를 특정한 방향으로 드라이브하며 국가 체제와 동일성을 이뤄가.

 

근데 우리나란 어땠냐?

 

일제 강점으로 문화의 토대라고 불릴 수 있는 것들은 모가지가 간당간당했고, 임정의 독립운동으로 근대 국민의 개념이 자생발전하는 것 같았다가, 갑자기 강제 해방(;;)되면서 국민성이 뿌리내리기 이전에 서구권의 최신 국가 체제를 먼저 수입해버렸지. 게다가 국가 체제가 우리의 문화에 젖어들 때 쯤 전쟁이 나버리지 않나..전쟁 이후 군부가 집권을 해버리지 않나...

 

정리하면 국가다운 국가도 없었고, 국민다운 국민도 없었던 채로 수십 년을 한반도에서 그냥 살았던 거야.

홉스봄의 조건에 딱 맞는, 아니 그 이상의 상황이었지.

 

그런 채로 경제는 발전하고 있으니 전통에 대한 결핍이 없었을 리가. 이 모든 실존적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당시의 무형 문화제 제도였던 거야. 그리고 그 방식이 어설픈 국가가 어설픈 국민을 빡세게 누르는 탑다운 식의 병크였던 거지. 이런 상황에서 현대 택견이란 만들어진 전통이 발명 안 되고 뻐길 수 있겠냐? 비슷한 예로 태권도의 역사 왜곡도 마찬가지. 신한승 선생이 아니더라도 일어날 일이었어. 현대사의 슬픈 초상이야. 전통이라는 생산품을 만들어내는 공장을 무려 국가에서 운영해버리는데 직원 하나 관둔다고 그 공장이 없어지진 않으니깐.

 

물론 거시적인 시선에서 그렇다고 하더라도 신한승 선생의 책임이 없어지는 건 당연히 아니야. 신한승 선생은 전통의 발명행 기차를 막으려 하기는 커녕 운전대를 잡고 전속력으로 달리기까지 했어. 이 과정에서 개인의 욕심이 없었다고 자신있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신한승 선생을 향한 비판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비판의 타게팅이 충분하려면 신한승 선생과 당시의 허접한 무형 문화제 공장, 그리고 시대상을 동시에 비판해야 한다는 거야.

 

5. 만들어진 전통은 진짜 전통이 될 수 있을까

 

kcm.png.jpg

 

스코틀랜드 전통 귀족 의상으로 불리는 킬트라는 치마야

현대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의복이기도 하고, 상업성도 꽤 있어서 국가 차원에서 밀어주는 전통 의상이지.

갑자기 택견 이야기 하다 뜬금없이 옷 얘기냐면, 이 킬트 치마도 신한승 택견처럼 만들어진 전통이기 때문이야.

 

원래 하층민이 입는 작업복 같은 거였는데, 브리튼 왕국이 스코틀랜드 사람들을 억압하려는 목적으로 킬트 치마를 금지 시켜버렸어. 그때 부터 킬트 치마가 스코틀랜드 민족주의의 상징이 되었고, 킬트 치마가 귀족이 입는 의상이었다는 둥 상당한 역사 왜곡이 일어나기 시작해. 그렇게 200년이 지나니 진짜 전통이 되었지..

 

사회학자 에드워드 쉴즈는,  전통은 적어도 2번의 전달과 3세대 간격이 필요하고 설명했어. 세대 간의 연쇄과정과 그 과정에서 원래의 요소를 인지할 수 있을 때  전통이라고 할 수있다고 설명한 거지.  쉽게 말해 약 100년 쯤 어떤 전통이든 가치 있는 것이라고 평가 하고 계승한다면 진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는 거야. 위의 킬트처럼.

 

1983년 신한승 택견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그 이후로 대충 40년 쯤 지났으니까 우리 죽을 때 쯤 되었을 때는 사람들이 신한승 택견을 진짜 엄청 오래되고 옛날 옛적부터 이어진 택견으로 생각할 거야. 무형 문화제 제도라는 경성적인 제도가 안전성을 보장하니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는 한 당연한 수순이야.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은 만들어진 전통이지만, 그때가면 진짜 전통으로 둔갑할 수 있을 거라는 거지.

 

5. 마치며, 택견에 대한 새관점

 

몇 년 전부터 송덕기 계열 택견 단체들을 중심으로 신한승 선생의 택견론을 정면으로 뒤집는 증언이나 자료들이 나오고 있는 걸로 알아. 말 그대로 택견에 대한 새관점이지. 그리고 그에 따라 각 택견 단체들이 커리큘럼을 조금씩 수정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변화를 주고있어.

 

까놓고 보면 결련의 옛법론도 결국엔 신한승 선생의 택견론과 새롭게 발굴되는 택견자료들이 보여주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똥꼬쇼이고, 위대태껸은 아예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서 나갔고...문화재 택견 측이야 관심없는 척하지만 새로운 연구는 종종 하는 것 같더만. 스포츠 택견협회인 대택정도만 택견에 대한 새관점에 굉장히 소극적인데 여기도 아마 눈치 오지게 보고 있을 거다.

 

팩트에 가까운 주장을 하는 단체들이 이겼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응원은 한다만 솔직히 비관적이야. 왜냐하면 이런 류의 관점 충돌은 결국 헤게모니 싸움, 자본싸움으로 변질될 소지가 상당히 크거든.  송덕기 직계 계열 단체들이 문화재 택견에 새롭게 등재되지 않는다면..사실 이런 권력 싸움은 승산이 없다. 무술은 학문이 아니고, 그래서 팩트로 돌아가지 않으니깐. 아까 [현대 태껸은 송 옹의 태껸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머 이런 제목의 글도 있던데...까놓고 보자. 현대 택견의 이론들은 정말 전부 다 신한승 이론의 파생이야. 신한승 선생의 실질적 영향력은 적어도 현대 택견에선 송덕기 옹 그 이상이라는 거지. 이런 상황에서 헤게모니 싸움으로 가면 어떻게 이기겠어.

 

그래서 송덕기 직계 계열 단체가 문화재 등재에 총력을 다하는 것 이상으론 방법이 없지 않을까 싶음. 문화재 등재에 총력을 다해서 결국 등재에 성공한다면 그 싸움은 불가능한 게 아니야. 오히려 엄청나게 유리한 싸움이 되지. 아까 논증 했듯이 택견은 현재의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가치평가가 이루어진 과거의 것이야. mma의 등장으로 강한 무술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있는 요즘에.. 새롭게 재조명된 택견의 강한 면모들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물론 그렇다고 유사 mma가 되는 길에 몰빵한다면 진짜 mma라는 에베레스트 산을 만나야만 하니까 쉽지 않지. 그래서 신한승 패러다임을 넘어서려면 문화재 등재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봐.

 

shin2.jpg

 

오늘은 전통의 발명가이자 누군가에겐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인 신한승 선생에 대해 다뤄봤어.

 

위대깠고, 충주 깠으니까, 다음엔 결련이려나...난 참고로 대택은 안 깐다 이유는 묻지마라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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